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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06-12-29 08:43:23 | 조회 : 1396
제      목  여중생 집단폭행사건- 쉽게 참회를 말하지 말라
여중생 집단폭행사건- 쉽게 참회를 말하지 말라

어제까지 나는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의 동영상을 보지 않고 있었다.

평소 인터넷 이슈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 뿐더러,
'동영상' 유포에 종종 수반되는 사생활 침해의 폐해가
꽤 심각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 중앙일보의 '가해 학생의 참회의 눈물..' 어쩌구 하는 기사를 읽고 나서
뒤늦게 관심이 생겨 문제의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아...보는 내내 정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내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보고 나서도 계속 동영상 장면이 떠올라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여학생들의 폭력은 그 강도만 놓고 봤을 땐
남학생들의 그것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동영상에서도 보여지듯 기껏(?) 뺨과 머리 몇 대가 고작인 것이다.
그러나 거기엔 순수한 물리적 폭력보다 더 극심하고 잔인한 폭력이 있었다.

현장에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가해 아이들은 피해 아이를 앉혀 놓은 채 시종 유쾌한 분위기에서 깔깔대며
다른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이 처한 상황이 처절하게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그들만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피해 학생이 느꼈을 공포와 외로움과 그 절망감이란...

피해 아이의 얼굴이 머리카락에 가려진다는 이유로
가해 아이들은 피해 아이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묶어 준다.
피해 아이는 졸지에 우스꽝스러운 상투머리가 되었다.(->이 부분에서 나의 분노는 폭발했다)
저들도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또한번 깔깔대며 웃는다.

피해 아이는 마음껏 희롱당하고 있었다.
가해 아이들에게 피해 아이는 그저 무기력한 '장난감'이요, 유희의 대상에 불과했다.

몇 차례 폭력과 욕설이 더 행해진 뒤,
아이들은 급기야 피해 아이의 옷을 강제로 벗겨 동영상을 찍는다.
그 때까지 잠자코(?) 그들의 폭력을 받아들였던 피해 아이도
그 부분에서만큼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애원했다.
그러나 소용 없었다.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제 겨우 열대여섯살 먹은 소녀들이었다.


가해 아이들도 아마도 평소엔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는,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요즘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장난감' 앞에서
이라크 포로를 앞에 둔 미군들과 다르지 않았고,
수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했던 나치와 다르지 않았다.

집단적 힘을 가진 자들이
그러한 힘을 갖지 못한 연약한 '개인'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인간의 야만성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나는 깊게 회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무감각이다.

아이들은 느끼지 못했다.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죄가 얼마나 큰지를.

아이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로 인해 한 인간이 망가진 가슴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느끼지 못했고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마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중앙일보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
가해자 김모양은 아직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빨리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기자는 가해자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지만,
그럼으로써 가해자의 선처를 구하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지만,
내가 아는 한 사람은 그렇게 빨리 참회를 하지 못한다.

참회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시간이 흘러 인격이 좀 더 성숙해지고,
자신도 비슷한 아픔을 겪어야만 비로소 피해자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 아이가 흘린 눈물은 '참회'라기 보단
아마도 '후회'의 눈물일 것이고, '두려움'의 눈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 후회라는 것도 피해 아이를 괴롭힌 것에 대해서가 아닌,
동영상을 찍어 일을 크게 만든 실수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가해자가 어떠한 벌을 받는다 해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공평해 질 수 없다.

지금도 가해자는 집에서 태연히(?)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피해자는 그 충격과 상처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동영상이 공개되는 게 두려워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 아이는
마침내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평생 지울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이 몹쓸 기억은 앞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그 아이를 괴롭힐 것인가.


쉽게 참회와 용서를 얘기하지 말자.
참회와 용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개인적 문제이지, 사회의 몫이 아니다.

아직도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그 천진한(?) 아이들에게
타율적으로나마 자신의 죄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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