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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06-06-22 17:47:36 | 조회 : 1405
제      목  교육부는 초지를 일관하라
교육부는 초지를 일관하라

교육개혁은 부동산 개혁과 더불어 노무현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양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외고입시의 개혁은 교육개혁의 한 주춧돌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금번 교육부의 외고입시 개혁안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 기득권 세력층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육부는 외고입시 개혁의 초지를 일관하십시오. 단 한 가지 외고의 수를 더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은 재고해야 합니다. 오히려 가능하기만 하다면 각 학군별로 세분화시켜 외고의 수를 늘리고 외고 지원의 범위를 세분화된 학군별로 제한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외고의 입학시험을 폐지하는 단계까지 진전해 나가야 합니다.

1) 외고는 더 이상 외국어고가 아니다

외고는 더 이상 외국어고가 아닙니다. 외국어고를 빙자한 새로운 형태의 비평준화 명문고일 뿐입니다. 이 같은 사실은 외고 학생의 선발과정과 운영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흔히들 외고입시에서는 외국어 능력이 가장 중요한 선발기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지만 실제로는 수학과목을 훨씬 더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외고입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치루는 영어 테스트는 주로 청취능력을 중심을 이루고 있고 여기에 독해능력을 보완되는 형태입니다. 좋은 어학환경에서 자란 수험생들이 실제 영어시험에서 벌어지는 점수차는 실제로 거의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기본으로 영어는 거의 만점을 내야 합니다.

수학은 주로 ‘창의사고력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창의사고력 문제는 각 외고별로 일부 문제가 공개되어 있습니다만 이 문제들만 보더라도 외고입시의 수학은 이미 중학교 과정을 벗어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개 여기서 당락이 결정됩니다. 외고입시를 위해 고등학교 수학과정을 거의 대부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상식입니다. 외고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영어 못지않게 수학 쪽으로 사교육 투자를 해야 하고 이 금액의 규모가 장난이 아닙니다. 외고입시와 관련, 수학 쪽의 사교육은 지금 절대호황중입니다.

강남과 분당 등 몇몇 지역에서 잘 알려진 모 수학전문학원은 최근 캐나다 현지에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원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외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요 대상이라고 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엄청난 성업을 이루고 있다 하던데 제가 직접 보지 않아서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외고들이 이처럼 입시전형에서 수학에 비중을 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고의 목적이 발전적인 외국어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명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대입과 관련, 고교 3년 동안 입시의 가장 큰 변수는 사실 영어가 아닌 수학입니다. 이 부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어쨌든 외고측은 대입시에 정작 중요한 과목은 수학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당사자들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에도 기실 영어능력은 기본이요 수학과목의 평가로서 실질적인 입시당락을 결정짓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운영에서는 어떨까요? 제가 파악하기로 대원외고의 경우에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이과반을 운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입시설명회에서도 이과 준비생의 경우 잘 생각해보라는 취지의 설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을 실제 이과로 진학시켜야 하는 학부모들은 대원외고를 준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다른 외고를 준비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유명학원이 주최하는 외고 입시설명회에 단 한번만이라도 참석을 해보신 분들은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외고의 입학담당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학교에서 이과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아주 노골적으로 ‘우리는 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외고측이 생각하는 우수재원은 ‘어학’쪽의 우수재원이 아니라 ‘명문학교 명문학과’에 잘 갈 수 있는 우수재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결국 학생선발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외국어는 더 이상 외국어고가 아닙니다. 그냥 비평준화 선발고교일 뿐입니다.

2) 중앙일보가 흥분하는 이유

사실 이 글을 어제 교육부의 발표 직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참기로 했습니다. 중앙일보가 흥분하면서 뭐라하는지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오늘 아침 머리기사로 흥분했습니다. 1면에, 4면에, 그런데 정작 흥분하는 이유가 충분치 않습니다. ‘코드맞추기 그만해야’, ‘눈치보기 벗어나라’, ‘일부외고엔 치명적’ 고작 이런 말들이 전부입니다. 딱 한마디 대꾸할 가치가 있는 말이 있어 이곳에 적습니다.

외고입시 관계자들이 모여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전체 성적이 50% 이상 반영되는 등 강화돼 이미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요청합니다. 실제로 2008년 대학입시에서 내신비중이 전체성적의 50% 이상 반영되도록 세부지침을 만드시기 바랍니다.(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제가 다시 글을 쓰겠습니다.) 말이 50%이지 기본점수와 점수간 격차 등의 조정으로 실제 반영률은 거의 얼마 되지 않습니다. 외고 입시설명회나 외고 입시학원에서 가면 40% 반영 때 실제 반영률은 3%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유추컨대 50% 반영 때는 기껏해야 4% 반영인 셈입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 외고의 입학관계자와 통화를 했었습니다. 그런다고 합디다. 대학측 입학관계자가 어떤 식으로든 내신반영률을 최소화할 것이니 좋은 학생들 많이 보내달라 한다고. 그러니 걱정말고 자녀분 외고 보내시라... 뭐 그런식으로...)

외고입시는 언론들에게도 하나의 사업거리입니다. 영재캠프니, 영어캠프니, 교환학생이니 하는 외국어관련 각종 이권사업에 열심히 개입하고 자기 몫을 분주히 챙겨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언론들은 외고입시의 개혁에 대해 반대합니다. 가끔씩은 - 아니 주기적으로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 제가 중앙일보를 읽으면서 모 학원에서 발간한 홍보일간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언론과 사교육 시장은 더 없는 밀월관계에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한겨레신문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3) 어디까지 개혁할 것인가?

간단합니다. 더 이상 외고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특별한 목적의 학교가 아닐 때까지 개혁하면 됩니다. 뒤집어 말하면 단지 외국어를 더 필요로 하는 학생이 외고를 선택할 때까지 개혁하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의 개혁안은 일단 첫걸음일 뿐이지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발표와 관련, 교육부는 더 이상의 외국어고 인가를 늘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학군별로 균형을 맞춰 인가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고입시가 여전히 과열을 보이는 곳에서는 아직 외고가 없는 학군에 외고설립을 인가함으로써 서서히 과열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시점에서 과열이 해소되면 무시험 전형으로(무시험 전형에 대해서는 제가 일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다고 봅니다.

4) 외고입시 개혁은 노무현 정부에게 주어진 당위명령

혹시 명문대학에 다닌다고 하는 사람들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외고출신들의 성향에 대해… 그들은 그들끼리만 논다고 말합니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놀고 재미나게 살고 심지어는 지들끼리 결혼하고…’ 누가 그럽디다. 이런 분위기가 사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도 만연해서 비외고 출신 학생들은 ‘사시를 붙어도 나중에 별 볼일 없는 것 아니냐’면서 지레 걱정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새로운 인맥과 학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고 향후 10년이나 20년 후에 우리 사회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고입시의 개혁은 기실 향후 우리사회의 주류를 바꾸는 개혁과도 같습니다. 결코 작은 개혁이 아닌 것입니다. 그만큼 반발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심지어는 개혁세력을 지칭하는 사람들조차도 자녀들의 외고에 보냄으로써 편안하게 주류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녀를 외고입시에 준비시키고 있는 한 학부모는 개혁을 표방하는 모 장관의 자녀가 모 유명외고에 다닌다는 말을 전하면서(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독일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한다고 그러더군요) “상황이 이럴진데 설마 외고생들이 대학입시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기야 하겠느냐?”고 반문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빼고는 어느 누구도 외고입시 개혁을 못할 것이라는 소리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제 교육부가 방향을 바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첫단추를 꿰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작은 개혁이 아니라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 물러선다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외고입시를 준비하는 중 3 학생들이 학원을 마치는 시간은 새벽 2시. 이 엄청난 에너지의 물꼬를 어느 쪽으로 터야 할지, 교육부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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