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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05-07-08 09:20:01 | 조회 : 1380
제      목  서울 법대 졸업생이 본 대통령과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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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수없는 특권과 기득권, 그리고 이에 불가분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는 부패와 비리의 온실이 되곤 했던 서울대가, 이번에 통합논술이라는 화두로 세간의 화제다.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주 교육척도로 삼고 있는 현 교육 시스템에 회의를 느낀 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는 통합교과논술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입시정책의 변경을 가져왔고, 그 입시요강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2000년도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하고 2005년도에 졸업해서 바쁘게 살아가는 나에게도 단연 서울대 입시문제는, 눈길을 아니 끌 수 없는 사정이 따로 있다.

1999년에 고3을 졸업하여 2000년도에 서울대를 입학했다면, 무언가 다른이들과는 특이한 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소위 현역은 행운이고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명언도 나를 피해가지 않은 셈이다.

서울소재의 중학교에서 학생회장을 하며 1등으로 졸업하고 명문 외국어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시련의 나날을 보낸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외국어 고등학교는 비교내신제도를 주장하였고, 대다수의 일반고교에서는 비교내신제는 말도 안되며, 외국어고를 선택하여 입학한 학생들은 그 선택에 따른 응당 피해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왔으니, 그 혜택만큼 피해를 받아서 제로섬(+-=0)게임을 하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어머니는 전국 외국어고 비교내신제 주장의 회장이었고, 나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여겼다.

고등학교에도 시험기간은 다가왔고, 당시 외국어고등학교에서 평균 91점을 마크하며, 시험통지표를 기다리던 날이었다. 문제도 난이도가 높은 편이고 일반계 고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업내용과 외국어 과목은 과목당 원어민5명 체제로 이루어져 있어 결코 시험점수를 90점이상 받기 힘들다. 그래도 91점이라면 상당한 쾌거를 이룬 셈인데, 막상 받아본 통지표에는 150명 중 67등이었다. 67등.

정말 내신점수로 150명 중에서 67등이면, 서울대 연고대는 운이 좋아야 갈 수 있는 체제가 완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비교내신제나 외국어고 학생들의 성적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능 점수는 이와 정반대였다.

당시 수능은 지금과는 달라서 400점 만점시스템이었다. 한달에 한번 씩 모의고사를 봤는데, 가장 못본 점수가 지금 찾아보니 365점, 가장 잘 본 것은 389점으로 각각 전국 1.8%와 0.3%였다. 여전히 전교등수는 39등. 그러나 당시 서울대학교 기준으로 내신성적을 산출하면 39/150등은 15.7점 감점이었다. 수능점수 15점이면 대학색깔은 물론이고, in서울이냐 여부를 가를 엄청난 점수차였다. 그러나 서울대는 교육부의 압력에 비교내신제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저 그렇게 울며겨자먹기로 고등학교 1학년을 끝내나 싶었다.

그러나 교육열 대단하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민은 심화되었고, 급기야 고려대만 비교내신제를 인정하겠다고 하며, 모든 대학들이 내신중심체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고1들의 숨통을 딸 잘라버렸다. 그 해 11월, 정 든 외국어고등학교를 떠나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하여, 학교를 옮긴지 7일 만에 반장배찌를 달았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기고 반장을 하며, 전체1등을 거듭하며, 이듬해에도 반장을 역임, 고3때는 전교학생회장까지 아우르며 내신1등 모의수능1등이라는 트로이카를 달성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떠나온 외국어 고등학교에서는 친구들이 힘들게 공부하고 있었고, 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한 정부지원은 더이상 없다는 정부시책이 발표되면서 재정적 어려움까지 겹쳐지면서, 친구들이 하나 둘, 전학이 아닌 자퇴를 하고 있었으며, 과학고등학교마저도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이 친구들을 대부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터라 주말마다 만나서 함께 토론도 하고, 잘못된 수능문제가 있으면 교육부에 건의도 하면서 발전적인 수업을 학교가 아닌 나 스스로 했다.물론 이때의 친구들은 전부 서울대학교에서 만날수 가 있었다.

고3 가을, 서울대학교에서 사상 최초로 고교장추천전형을 실시한다고 했다. 학교당 2명씩 지원하게 되어 있었고, 단연 지원할 수 있는 학교대표자격을 따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패인이 1학년 당시 내신점수에서 6점이 감점된 것이다. 다른 인문계 고등학교 친구들은 0점 감점이었는데.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정시를 노리기로 결심했다.

그 해 11월, 전국수능고사를 치른 내 점수는 378점. 문과였던 나는 영문과에 지원했다. 그러나 380은 족히 받았어야 하는데 378점으로 영문과는 무리였다. 두번째 고배를 마셨다. 그 후 서울대는 내 뇌리에서 지워지는 듯했고, 연세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연고(축)제 때 서울대 다니는 친구들이 찾아왔다. 아름다운 여자들을 대동하고 내가 마든, 내가 기획한 공연을 즐기고 향유하고 비판하고 있었다. 내가 저 친구들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 날만큼은 Gloomy했다. 8월에 종로학원에 등록했고, 1달동안 미쳐라고 공부하고선 모의고사를 보고서 얻은 점수는 400점 만점이었다. 연거푸 이후로도 4번의 만점을 받고 본수능고사에서 397.5를 마크하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다.

당시 정시로 서울법대를 합격했는데, 그 때 주변의 몇몇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자들은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니 당연히 합격하지"라며 비웃었다.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라도 난 이미 두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입시정책에 치를 떨었다. 특히 똑똑하고 유능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는 커녕 피해를 가중시키면서 무차별한 하향 평준화의 방침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정부시책에는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았다.

모든 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면서 고교3년, 재수1년, 대학교4년을 마치고 보니, 이번에도 서울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 말 잘듣던 서울대가 정부의 시책을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무슨 연고인지 찬찬히 뜯어보니, 내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던 시절에 정부가 주장하던 입시 평준화시책은 변하지 않았고, 또 자세히 살펴보니, 당시 하향평준화의 무모한 주장을 하던 교육부총리가 현재는 총리로 있다는 사실에 개탄할 따름이다.

반면에 서울대는 알고 있었다. 이미 수년간에 걸쳐서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의 옆에서 학생들의 수준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감독해 온 교수들은 매년 똑같은 문제 똑같은 문항의 시험을 보지만, 그 문제를 다 풀어내는 학생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점을. 필자의 아버지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으시면서, 학생들의 수준이 예년만 못하고, 심지어 더 쉬운 교재로 강의교재를 교체해야 겠다면서, 교육부의 입시자율제제정책에 비판을 하셨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된다. 미국의 하버드를 위시한 아이비 리그의 대학들은 높은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등록금 문제로 대학을 못가는 사례는 없다. 정부에서 공부를 잘하면 지원금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꿈도 못꾸는 일이다. 또, 아이비 리그의 10여개 대학 출신들이 각 부 장관과 주요인사, 심지어 역대 대통령들은 거의 전부가 아이비 리그 출신이며, 우리가 놀려대기 좋아하는 부시 미 대통령도 예일대 출신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아이비 리그의 입시문제를 욕하지도 아니하고, 아이비 리그 대학의 철폐를 주장하는 자도 없다. 오히려 아이비 리그 출신자들은 어느곳에서나 대우받는다. 노력하여 승리한 자가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미 정부도 하버드 대학의 졸업생들에 대해서는 이들을 국가주요인재로 키우기 위해서 무상으로 전문교육을 시켜가면서 미국사회는 점점 더 강한 강대국으로 이순간에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왠지 우리와는 현저히 다른 수준적, 질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볼 수 있다.

그간 서울대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난제겠지만, 이번만큼은 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님의 주장은 힘있고 결단력 있는 학자로서, 진정한 이나라 국립대학교의 총장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더이상의 하향평준화는 눈뜨고 볼 수 없으며, 학교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내신을 대학입시의 주요지침으로 삼겠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분명 고교간에도 수준차이는 존재하며, 이는 학생의 차이도 있겠지만, 가르치는 선생의 질적 차이도 원인이 되며, 종국적으로는 낙후지역에는 교육투자조차 하지 않는 교육부와 우리정부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실력없는 교사는 교체하고, 좀더 경쟁력 있는 교육시스템으로 거듭나지는 못할 망정, "애들의 수준이 떨어지니까, 대학도 수준을 좀 낮추지 그래?!" 하며 주장하는 정부의 애걸복걸은 오히려 역겹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하지도 아니하고, 대학의 자율적인 입시계획에 대해서 가타부타하면서, 심지어 대통령이 나서서 똑똑한 수재는 필요없다고 까지 하니, 가히 이 나라에 망조가 깃들었음이다.

고등학교도 평준화하고, 대학도 평준화하여, 모두가 똑같은 색깔의 똑같은 모양을 가진 유닛(Unit)으로만 자라나게 하는 것이 이나라의 교육정책임이 오늘에야 더욱 확실해 졌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면서 모두다 공부못하는 사람으로만 키우려는 정부의 시책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시하는 우민정책을 통한 중우정치의 중간과정으로 보인다. 대학의 자율성에 손대는 작태는 더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다.

적어도 이나라 교육의 꽃이라는 대학도 다녀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대학교의 실상과 대학생들의 열린 사고와 이나라의 교육에 대해서 논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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